흑마=여중휴

40.
독주를 밀어 권하고서는 널 위해 준비한 내 성의를 무시하지 말라며 웃어 보이는 흑마 주시오. 잔을 들어 보란 듯이 바닥에 흘려버리고는 네 성의가 너무도 초라해 받아줄 수 없다며 마주 웃어 보이는 백마 주시오.
41.
허겁지겁 기어오는 암기. 정신력 바닥치고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다버리고 매달리는 조신하고 처절한 암기.
포인트는 언제든 눈 뒤집고 달려들 수 있는데 길들여진 척 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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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가 성질 못 이기고 우는 거 그 앞에 안아서 흑마 머리카락 한 줌 쥐고 손가락으로 꼬면서 그래그래 하고 달래주는 암기.
흑마가 불러도 대꾸 없길래 쓰러졌나 싶어서 문 쾅 열고 들어갔더니 바닥은 난장판에 여기저기 책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흑마는 눈 깜빡일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이 뭔가를 써내려가는 중. 입으로는 계속 중얼중얼 외우고 있고 땀이 흘러내리고 묶어뒀던 머리카락도 흐트러져서는 암기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있는 흑마. 그 꼴 보면서 암기가 팔짱끼고 적당한 곳에 기대서 흑마 지켜보고 있을 듯. 그리고 흑마가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문장 쓰자마자 옆으로 픽 쓰러지는데, 그걸 보며 그럼 그렇지, 라고 말하며 혀를 차고선 들쳐 메고 나가더니 침대에 던져버리고 이불로 꽁꽁 말아버리는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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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분위기를 좀 잡았더니 체력 딸려서 본방도 전에 기절잠 시전해버린 흑마.
암기가 금지된 언어 배울 듯.
야밤에 뛰쳐나가서 냉수마찰 폭포 수련하는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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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흔한 클리셰인데 난 좋아해. 흑마 주량 바닥을 치는데 연구 잘 풀려서 포도주 한 잔 마시고 (암기는 옆에서 이미 두병 깠음) 눈 풀렸는데 암기 몇 초간 말없이 바라보다가 웃으면서 남의 이름 불렀으면.
한손으론 의자 등받이 잡고 귓가에 다가가서 다정하게 흑마 이름 부르는 암기. 다른 손으로는 흑마가 와인잔 든 쪽으로 목부터 찬찬히 쓸어내리더니 잔 부드럽게 쥐고 가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똑 분질러버리고 그게 누구야? 하며 조곤조곤 묻는 암기.
상황파악 못한 흑마가 암기한테 기대서 xx가 xx지 누구겠어. 하는데 암기 표정 못 봐서 다행일 듯. 암기한테 안겨서는 그때는 나 (애칭)이라고 불러줬잖아, 하는데 암기가 그 말에 눈 돌아간 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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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가 초콜릿 자기 입술에 바르고 암기한테 갔는데 암기는 자기가 드디어 미쳐서 헛 걸 보는 줄 아는 거지. 내 눈이 드디어 미쳤나 돌았나 하는데 흑마가 쌩하니 돌아선 거 쫓아가서 끌어안고 정신없이 입 맞추기.
꿈인 줄 알고 정신줄 놓은 채로 키스하다가 혀 깨문 흑마가 떨어지자마자 싸대기 치고서야 정신 차리는 암기.
한번만. 딱 한번만 더 하자. 하는 암기랑 두 번은 없다는 흑마의 팽팽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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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 샴푸해주는 암기 보고 싶다. 내 머리카락 다 뽑아버리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는 흑마의 의심을 싸그리 잠재우다 못해 흑마까지 잠재우는 암기 (슬리플 건듯) 암기 진짜 엄청 세심하게 슥삭슥삭 해주겠지? 드라이까지 팡팡 완벽 뜻밖의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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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 목에 계속 잇자국 내는 암기. 미묘하게 아픈데 좋은, 좋은데 아픈. 흑마가 뭐라고 할라 치면 칭얼거리는 투정쯤으로 받아들이는 암기. 토닥토닥 그래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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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 앞에 서서 멍하게 있는 흑마 보고 싶다. 암기가 뭐하냐고 묻는데 아무 대답 없이 그저 생기 없는 눈으로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만 바라보는 흑마. 뭐야 싶어서 가까이 와본 암기가 상태 보자마자 흑마 안아들고 달려서 침대에 있는 거 바닥으로 와르르 쏟아버리고 눕히는 거 보고 싶다.
에테르도 기력도 다 빠져서 쓰러지기 직전인거 겨우겨우 약이랑 물 먹이고 재운 후에 물수건 가져와서 식은땀 다 닦아주고 팔다리 주물러주고. 예전에 암기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딱 하루 흑마가 쓰러지고 사경을 헤맸던 적이 있어서 흑마의 건강 적신호에 누구보다도 민감하고 예민한 암기.
흔한 거 있잖아. 아프면 소맷자락 붙들고 곁에 있어달라고 어리광 피우는 그런 거. 그게 아니면 울기라도 해. 말을 해. 차라리 울어. 응? 제발 내게 말을 해 줘. 아무것도 안 해도 좋고 안 참아도 좋으니 제발 아프다고 한마디만 해. 내가 다 가져다줄게. 내가 다 삼킬 수 있어. 내가 다 안을 수 있다고.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침울한 게 흑마에게 있어 자신은 여전히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란 거지. 근데 등신같이 그런 네가 뭐가 좋다고 못 떠나냐고 조소하지만 더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고. 성격 더러운 암기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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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암기는 지키고 흑마는 이긴다는 게 내 뇌피셜인데 지키는 거랑 이기는 건 비슷한 것 같아도 완전 다르다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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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흑마 사랑의 도피.
낭만을 찾기에는 지나치게 암울한 삶을 살아온 기사와 낭만을 찾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던 마법사가 사랑 하나를 품고 깊은 밤 달아나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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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 안색이 너무 창백하다고 걱정하는 암기. 그런 암기한테 코웃음 치더니 그런 말 하기 전에 본인 얼굴이나 보라고 하니까 암기가 내 걱정을 해준 거냐고 감동해서 울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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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살랑살랑 흔들다가 천천히 접더니 그대로 암기 싸대기 치는 흑마 보고 싶다.
흑마가 이러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닌데 암기는 흑마가 자기한테 관심이 없는 것보다 훨씬 더 좋아하고. 사실 흑마가 아무리 쳐봤자 생채기 하나 없기에 더 달가웠을지도 모름.
그리고 흑마가 계속 패악질 부리라고 종용한 게 암기였으면 좋겠다. 일이든 뭐든 우연을 가장해서 흑마 성질머리 돋궈놓는 거지.
흑마 성질머리 건드는 암기 좋아. 서른 중반쯤 되는 레젠이었으면 좋겠다. 진짜 어지간한 일에는 눈 깜짝 안하고 늘 잔잔하게 미소 짓고 있는 암기가 흑마 툭툭 건드는 거지.
그냥 건드는 게 아니고 뭐야 그거 복흑? 암튼 겉으로는 다정하고 젠틀한데 속은 시꺼먼, 누구도 알 수 없는 그런 성격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흑마를 자기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될지 정확하게 아는 그런 거.
노련하고 치밀한 암기 손바닥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흑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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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흑마에서 흑마가 매달리는 것 같은 모습이 너무 좋다. 불안정하고 제멋대로인 흑마가 암기의 일방적인 보호를 받는 것 같지만 사실은 흑마를 보호하며 위안을 얻고 마음을 다잡는 암기. 암기에게 있어 흑마는 삶의 절대적 가치를 지녔는데 흑마는 언제든 버리고 돌아설 서 있다는 게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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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가 연구와 자기 자신, 그리고 암기에게만 관심을 두어야만 안심하는 암기. 대검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가 아직 뜨거웠고, 바닥에 널부러진 것들은 형체조차 알 수 없는데 과연 누구였을까. 암기가 그렇게까지 막 나가는 건 아니라 흑마가 관심 보였다고 살인하고 그런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자비로운 성격도 아닌 게 보고 싶음. 흑마는 원한 살 곳도 제법 많아서 죽이러 오는 사람들 많았으면 좋겠다. 그 사람들 족족 암기한테 죽어나가지만.
아무튼 흑마가 자신을 향한 위협에 눈을 돌리고 그 사람을 목격하는 것마저 치가 떨리도록 싫었던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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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더러운 암기도 좋아~ 말 가리지 않는데 손속은 제법 자비로워서 쉽게 살인하지 않는 편. 오히려 흑마가 엇나갈 때 옆에서 조용히 잡아주는 타입인데, 그렇다고 해서 마냥 오냐오냐 하는 건 또 아닌 암기가 보고 싶다. 흑마가 책상 쫙 밀어버려서 바닥으로 와장창 깨지고 떨어지면 암기가 혀 차면서 자기 분노에 못 이겨 눈물까지 글썽이며 부들부들하는 흑마 휙 들쳐 메고 침대에 던져버린 뒤 이불로 꽁꽁 감싸고 한숨 자라 하는 거지. 머리 좀 식히라고 하면서. 근데 흑마가 꾸물꾸물 나오려고 하면 침대 헤드에 대검 콱 박아 넣고 말 들어. 하면서 흑마 노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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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랑 적마 조합도 좋아함.
적마가 쓰는 마법이 아류라고 생각해 되게 하찮게 보는 흑마. 근데 꽃이 피어나듯 마법이 펑 하고 터지는 순간 매혹되는 흑마 보고 싶다. 적마 졸졸 따라다니는 흑마랑 그런 흑마 귀엽게 보는 적마. 적마가 훨씬 연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흑마 제대로 조련하는 적마 보고 싶다. 당근과 채찍의 초고수라서 흑마조차 깨갱하게 만드는 위이대한 적마도사 보고 싶어. 약간 로맨틱하면서도 코믹한 그런 커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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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가 흑마 목 바로 옆에 대검 쾅 내리꽂으면서 묻는 게 보고 싶다. 너한테 사랑은 뭐야? 네게 있어 나는 뭐야? 그리고 흑마는 그런 암기 빤히 보다가 왜 울어? 울고 싶은 건 나야. 라고 말하는 그런 게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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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다고 말하길 원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잖아요?
학자흑마도 좋아함. 흑마가 이미 사랑에 빠졌단 걸 오래전에 눈치 챈 학자. 흑마가 ‘네가 원하는 걸 내가 줄게’ 의 자세로 나오면 ‘그게 아니라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잖아, 내 핑계를 대면서’ 로 바로 정곡 찌르는 거지.
흑마 닥치게 만드는 학자 너무 좋아. 흑마가 순순히 닥쳐주지 않고 어떻게든 피해가겠지만 학자의 관심과 사랑은 흑마와 궤를 달리하는 곳에서 반쯤 미쳐있는 거였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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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서 자란 전사는 다듬어지지 않은 맹수 그 자체일 것 같음. 반면 흑마는 정말 펜 이상으로 무거운건 들어본 적 없을 것 같고. 흑마가 아무리 성격 더럽고 악랄하고 도덕도 뭣도 없다지만 전사의 '없다' 는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웠으면 좋겠다. 흑마와 다른 방면에서 잔혹하다던가.
그리고 본능이나 직감이 대단할 것 같음. 흑마는 오히려 위기의식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전사가 흑마 잡으려고 덫을 깔고 간을 봐도 눈치 못 채는 게 좋아. 흑마가 둔하다기 보단 전사가 지나치게 대단한 사냥꾼인거지. 사냥꾼의 기본은 인내였고 전사는 기다릴 줄 알았으며 흑마는 지나치게 똑똑했다는 거.
전사는 오히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고 곧장 행동했기에 흑마가 그걸 간파하지 못했던 거지. 흑마는 수도 없이 계산하고 도출하고 분석하고 몇 번은 더 꼬아보고 수십 번 내다보아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단순하게 치고 들어와 자리 잡은 전사는 눈 밖으로 밀려났던 거지.
가장 방심한 순간, 가장 무의미할거라 생각했던 상대에게 순식간에 삼켜지는 게 너무 보고 싶다. 이 초원은 사냥꾼의 영역이었고 전사는 그중에서도 으뜸이었던 그런.
60.
온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타오르는 순간 사랑에 빠지는 백마도사 보고 싶다.
자연을 숭배하고 언제나 경이롭다 생각하지만 어째서 인간은 자연을 뛰어넘을 수 없는지를 계속해서 생각하던 백마. 그렇지만 결국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고 아주 작기에 자연의 위대함과 거대함 앞에 복종하고 따라야 한다고 여겼겠지.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
그 자연이, 나무가, 숲이, 그토록 싱그러웠던 녹색의 대지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고 불씨가 흩날리며 재앙처럼 번지는 불길이 뿜는 열기에 무릎 꿇는 백마. 천천히 돌아보는 흑마도사의 무심한 눈길에 문득 한기를 느꼈지만 주변의 열기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거지. 가장 위대하다 생각했던 자연이 인간의 손에 무너지는 것을 본 순간, 그 자연이 내릴 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을 본 그 순간이야말로 백마도사의 얇은 벽을 부수는 날이지 않을까. 가라앉아있던 불만을 꺼내고 웅크려있던 탐욕이 서서히 끓어오르는 그런거.
61.
- 나랑 아주 먼 곳으로 떠나자. 낯선 것들이 잔뜩 있는 곳으로 떠나서, 아주 특별한 것들을 먹고 새로운 것들을 입고 사랑스러운 풍경을 보는 거야.
어린 시절 손가락 걸어가며 약속하는 (미래의) 음유흑마 보고 싶다. 결국 음유시인의 화살이 꿰뚫은 것은 사랑하는 연인이었지만.
62.
음유가 불러주는 자장가 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흑마 보고 싶다. 잠을 자기야 하지만 안심하고 푹 자는 게 아니라 얕게 잠깐 잠드는 정도. 음유가 먼 곳으로 갔다가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하는 건 눈 밑이 검게 물든 연인을 끌어안고 토닥이며 제일 좋아하는 자장가를 불러주는 일.
언제나 신경이 날카롭게 서있는 흑마를 부드럽게 어르고 달래며 돌보는 음유. 마냥 다 괜찮다고 하니 오히려 불안해진 흑마 보고 싶다. 내가 죽어도 너는 인생이란 게 그렇지 뭐, 라고 말하며 떠나갈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음유가 처음으로 표정을 지우며 화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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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짙은 회의와 피로를 느끼던 나이트가 흑마의 절대악을 향해 충성과 사랑을 고백하는 게 보고 싶다. 내 앞에 머무르는 모든 정의가 당신 발아래 있기를 기원한다며 흑마의 손등에 입 맞추는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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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요, 조심해요, 하루 온종일 수백 번씩 말하는 닌자와 네가 제일 위험하니까 닥쳐 라고 말하는 흑마. 흑마가 길을 걸어갈 때면 돌부리에 걸릴까 노심초사.
침대에서도 위험하다고 말하는 닌자와 손으로 자기 얼굴 가리면서 제발 닥치라고 하는 흑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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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내게 기회를 주세요, 왜 나는 안 된다고 말하나요?
솬흑 보고 싶다. 순수하게 눈을 깜빡이며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솬과 그런 솬을 경멸하는 흑마. 차갑게 얼어붙은 손끝보다 더 시린 표정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