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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 썰 (1~2)  2019. 3. 2. 00:01

 

1.

 어릴 적 레테 곁에서 지내다가 레테를 동정하며 그런 자신에게 희열을 느끼는 열등감 max 레젠 보고 싶다. 자격지심도 어마어마하고, 자기 집안도 리슈아에 비하면 너무 딸리니까 열등의식도 있는데, 레테가 사는 건 자기보다 훨씬 힘겨워 보이니까 그거 위로하고 곁에서 성격 다 받아주면서 자기 자존감 채우는 거지. 레테가 뭘 해도 그래그래 어떤 말을 해도 오냐오냐 뭐든 다 받아주고 다정하게 위로하고 애정을 퍼붓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을 위해서일뿐. 근데 찐으로 사랑하고 있는 건 또 맞아서 레테가 침실에 낯선 이를 끌고 올 때마다 상처받고 속 뒤집어지는 게 보고 싶군.

 

 레테 침실의 문이 닫히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게 보고 싶다. 하루 온종일 머리 싸매고 분노하고 슬퍼하면서 다음날 레테 방 직접 치워주고. 그리고 단 한 번도 자신은 레테의 손길을 받은 적 없다는 사실이 애틋하고 사랑스럽고 고맙고 그만큼 또 원망스럽고 분했을 듯.

레테가 성질부릴 때마다 받아주면서 행복해하는 게 보고 싶다. 그래 너는 그래야지 지금처럼 꼭 영원히 이렇게 뭐 이런 생각 하면서. 레테가 고립될수록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미친 감정이고 그런 레테가 점점 더 추락하는 것 같아서 행복한 레젠.

 

 

 

2. 

 샤르트르하고 레테 집안끼리 혼담 오갈 때 레테랑 약혼하기로 했던 건 사실 샤르트르가 아니라 그 동생이나 사촌이었으면 좋겠다. 레테가 외동이니까 데릴사위로 들이겠다고 한 거고 샤르트르는 저번에 그 누구지 베아트리체?? 베아트리스?? 암튼 다른 귀족가 여식이랑 약혼하고 레테가 신학원에 들어가려다가 말았던 게 한번 외출을 하려면 각오하고 대비할게 너무 많아서. 원체 허약한데 이슈가르드는 기후조차 레테를 돕지 않으니. 암튼 그런 이유로 신학원 입학은 무산됐고, 대신 가정교사를 정말 우수한 사람으로 붙여서 배우게 했겠지. 그중 한명이 샤르트르여도 좋겠다.

 

 아가씨가 아닌 척 기대하는 순간이 샤르트르의 방문이었으면 좋겠다. 집안끼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그렇지만 바깥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날이니까. 자기 약혼자랑 닮은 얼굴이라 친숙한 것도 한 몫 하고, 샤르트르도 다정하게 잘 챙겨주겠지. 그나마 성도가 따뜻해지고 눈이 그친 날이면 샤르트르가 레테를 에스코트해서 산책 가는 게 보고 싶다. 서로 가까운 집안이기도 하니 크게 문제될 것도 없고. 서로 만찬에 초대하기도 하는 그런 사이? 그러다가 샤르트르하고 베아트리체 결혼식에 대한 얘기가 진지하게 나오는 거지.

 

 성도에 영웅의 발걸음이 닿은 후 레테의 집안은 명예에 흠집은 좀 났고 권위는 떨어졌어도 부와 상권을 통해 살아남은 반면 샤르트르는 깨끗하게 쓸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전쟁과 반기로 레테의 약혼자(샤르트르 동생)는 사망하게 되는데……. 레테가 처음으로 남을 위로하게 된 날이 샤르트르가 눈물을 보였을 때면 좋겠다. 해본 적 없는 게 너무 티 나도록 어색하게 등 토닥토닥 해주는데 그 어설픈 손길이나마 받으려고 품에 파고드는 샤르트르. 커다란 레젠이가 휴런이한테 앵겨드는 거 좋지 않나요? 아니라구요? () 더 있나?

 

 그리고 베아트리체가 실종되었단 소문이 성도에 넘실넘실. 샤르트르가 넋을 잃고 있다는 소식에 감기가 낫지 않은 몸으로 잔기침 뱉으면서 샤르트르 집에 찾아가는 레테. 집안을 가득 메운 냉기에 몸을 떠니까 샤르트르가 자기 옷 몇 벌이고 꺼내 와서 레테 꽁꽁 감싸고 앉는 곳에 깔아줬으면. 근데 레테도 충동적으로 찾아온 거라 할 말이 없어서 옷깃 매만지는 손길만 무안하고. 한참동안 침묵만 흐르다가 레테가 좋은 책을 가져왔으니 읽어보라면서 건네주는 거지. 레테나 샤르트르가 평시 읽던 게 아니라 가볍게 읽을 만한 내용이었음 좋겠다. 레테 나름의 위로라던가.

 

 샤르트르에게 있어 가장 힘겨운 시간인데 레테 곁에서 머물며 힐링했으면 좋겠다. 식사 같이 하고 티타임도 가지고. 레테 집안에서도 묵인해주고.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레테 집안이 크게 흔들렸으면 좋겠다. 그나마 남아있던 귀족의 이름마저 송두리째 흔들리는 그런 거. 파랗게 질려서 손수건 꽉 쥐고 있는 레테를 보던 샤르트르가 찻잔을 내려놓고 옆으로 다가가 앉는 게 보고 싶다. 그러더니 레테 휙 들어서 자기 무릎 위에 앉히고 둥기둥기. 어렸을 때는 가끔 그렇게 해줬지만 레테가 자라고 나선 손잡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는데 새삼스레 격 없이 안아주었으면.

 

 레테가 자기가 왜 두려운지, 왜 서러운지도 모르고 샤르트르한테 안겨서 한참동안 울었으면 좋겠다.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는 레테에게 울면 머리가 아플 테니 그만 울라며 어르는 샤르트르. 그리고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샤르트르가 어떤 놈인지를…….

 

 레테를 안아주며 미소 지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레테는 휙 떠나가야겠지. 봄꽃 위의 나비처럼 마냥 연약할 줄 알았는데 자기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가는 레테를 허망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샤르트르가 보고 싶군.

 

 돌아버리는 샤르트르 보고 싶다. 내가 당신을……. 이라고 시작해서 끝은 오열이었음 좋겠다. 근데 그마저도 거짓이었으면. 레테를 자기 손에 쥐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샤르트르 보고 싶다. 처음에는 성공해서 레테의 환심도 샀고 가장 연약한 부분을 알게 되었지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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