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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른 썰 (13~26)  2019. 3. 1. 23:23

흑마=여중휴

 

 

13.

 잠에 취해서 비몽사몽한 흑마 보고 싶다. 몽롱하게 풀린 눈과 따끈따끈하고 묘하게 말랑한 흑마. 그리고 최대수혜자 암흑기사

 

 

 

14.

 암기흑마 되게 찐득찐득한 거 보고 싶다. 끈적하고 질척한데 흑마는 담백하다 못해 싸늘하고 암기만 그런 거. 근데 흑마도 아차 하는 순간에 그 속으로 떨어질 것을 아니까 팽팽하게 줄다리기하듯 기싸움 하는 게 보고 싶어.

 

 

 

15.

 흑마가 정확하게 아는건 아니고 감으로 아는건데 제법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음 좋겠다. 자기가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틈을 보여주는 순간 암기는 분명 자길 끌고 심연으로 떨어질 거란 걸. 암기가 흑마 삼켜버리는 그런 게 보고 싶어. 흑마도 만만치 않아서 정말 둘이 팽팽한 신경전 벌이는 모습이 보고 싶은데 모든 순간에 암기가 맞춰주고 양보하고 기다려주고 포용해주는 게 좋아. 사실 그 모든 순간이 사랑에 푹 빠져서 미쳐있는 거면 더 좋고. 애매한 경계에서 한없이 베푸는 사랑이 사실은 끝없는 어둠인 게 보고 싶다고.

 

 

 

16.

 암기가 자기 무릎에 흑마 앉히고 디저트 먹여주는 거 보고 싶다. 흑마는 냠냠 맛있게 받아먹다가 암기가 안 주려고 하면 과자 하나 집어서 암기 먹여주는데 암기가 그런 흑마 손끝에 입 맞추는 게 보고 싶어.

 

 

 

17.

 암기흑마 왈츠 보고 싶다. 아니어도 걍 둘이 춤추는 거 보고 싶어. 흑마가 한번 추고 싫다고 하니까 조심스럽게 안아들고 자기 발 밟게 한 다음 추는 거 보고 싶다 ㅠㅠ

 

 

 

18.

 학자가 흑마보다 훨씬 더 예민하고 냉정하고 날카로운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다정했으면 좋겠다. 탐욕이나 갈망도 흑마 못지않게 넘쳤으면. 겉과 속이 너무너무 다른데다 속은 완전 무저갱과 같아서 섬뜩했으면 좋겠다. 그런 애가 다정하게 웃고 맞춰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19.

 흑마가 푸른 보석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챈 학자가 모르포의 모양을 본뜬 머리핀을 선물해줬음 좋겠다. 큼직한 사파이어가 박혀있어서 무거운데 빛이 너무 영롱하고 세공도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답고. 은과 푸른 보석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받자마자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너무너무 흑마 취향이라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만지작. 장갑 낀 손이 빛나는 보석만 만지고 있으려니 학자가 아무것도 안했으니 원한다면 실험이라도 해보라 그러고. 그리고 눈앞에서 증명된 머리핀을 흑마가 조심조심 두 손으로 잡아서 고맙다고 말하고. 그리고 넘나 당연한 얘기지만 당연히 머리핀은 보통 물건이 아닌거지.

 

 

 

20.

 멍청해진 흑마 너무너무 좋아 사랑에 빠져서 자기도 모르게 바보 같은 짓 하고. 사랑 앞에 무력해진 흑마를 매가 병아리 채가듯 학자가 채가는 게 보고 싶음.

사랑 앞에 눈이 멀고 연인 앞에 패배한 흑마. 가장 달콤하고 행복한 패배의 순간이 넘넘 보고 싶고 뒤에서 다가오는 파멸의 손길.

 

 

 

21.

 전사흑마 드실래요? 야수같은 전사 말 한마디로 얌전하게 만드는 흑마. 전사 정말 야수 같았음 좋겠어요. 야성미 넘치는 그거랑은 약간 다르게 정말 날것 그대로의 본성을 가지고 있는.

 

 곱게 자란 흑마가 감당하지 못하는 그런 타입이라 흑마가 전사 앞에서 약간 주춤 물러나게 되는 그런 거 보고 싶어흑마 앞으로 바짝 들이대서 흑마가 뒷걸음질 치면 또 그만큼 다가오고. 근데 흑마에게 그 어떠한 위해도 티끌만큼의 상처도 주지 않기 위해 기다리고 또 인내하는 전사.

 

 사냥의 기본이자 최우선은 인내고 전사는 누구도 갖다 댈 수 없는 최고의 사냥꾼이었지. 후 전사흑마 최고다. 완벽하게 길들여진 척 그 목줄을 흑마의 손에 쥐어주지만 그 줄이 전사의 목에 걸려있나? 하면 글쎄.

 

 전사 지능이 압도적으로 낮은데(비하 아님 전사 좋아함) 그거랑 전혀 관계없이 본능적으로 알아챘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내 손에 사냥감이 잡힐지 어떻게 몰아야 하는지 경계심 많은 상대는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숨기지 못한 본능이 드러날 때면 물러서고 도망치는 흑마 앞에서 길들여진 맹수 흉내를 내는 전사가 너무너무 좋다.

 

 정반대로 헤헤 웃고 실실거리면서 마냥 편안해 보이는, 좀 바보같이 구는 전사도 좋아. 근데 자기 밥그릇은 정말 잘 챙겨서 흑마 낼름 채가는 거 참 잘했으면 좋겠다.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 같은 거여도 재밌을 것 같아. 이미 옛날 옛적 침 발라놓은 내 흑마.

 

 

 

22.

 내가 노력해서 내가 쟁취한 내 힘인데 어쩌라고?

 

 가 기본 모토인 흑마 너무 좋아.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 따위 신경써본 적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흑마.

그런 흑마가 유일하게 딱 한 번 긍정했는데, 그 힘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 그 날이겠지.

 

 그날이 언젠지는 아무도 몰라. 그냥 그럴 것 같아. 영영 안 올 수도 있고.

 

 

 

23.

 흑마가 구원받는 거 보고 싶다.

 

 반복되는 실패와 쌓이는 스트레스 풀리지 않는 재앙의 수수께끼가 점점 쌓이고 쌓여서 연약한 신경줄을 갉아먹다가, 아무리 노력해도 깰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을 쯤 그 모든 게 엉키고 터져버려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하는 흑마. 다섯 방울이면 영원히 잠들 수 있을 거라는 약을 손에 꼭 쥔 채 새벽 햇살을 등지고 앉은 흑마. 찻잔을 찰랑찰랑 채운 찻물 위로 똑똑 떨어지는 무색의 약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거지. 약병을 바닥에 버리고 장갑을 낀 손을 꼼지락꼼지락, 그 잔을 잡고 눈을 감은 그 순간에 그대로 잔을 잡아 테이블 위로 쾅 내려놓은 백마 보고 싶다.

 

 썩 좋은 사이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원수도 아니었던 애매한 관계. 그 재수없는 낯짝 안 보인다 싶었더니 이딴 짓이나 하고 있었냐고 무섭도록 낮은 목소리로 물어오는 백마와, 그런 백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 안에 넣어둔 약 깨물려는 흑마.

 

 자신이 차를 마시고도 죽지 못할 걸 대비해서 하나 더 숨겨놓았던 독약인데 그거 알아챈 백마가 손가락 밀어 넣어서 못 깨물도록 하는 거 보고 싶다. 와작 깨물어버려서 본인이 소스라치게 놀란 흑마와 얼굴 찡그리는 백마.

 

 

 

24.

 학자가 흑마를 사랑하게 된 계기는 정말 우스웠다. 차 한 모금을 삼키고 보여준 찰나의 나른한 미소가 너무나도 가지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새벽이슬 떠나가듯 사라진 채 영영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 성격이 어찌나 예민하고 섬세했는지, 주변 사람이 고개를 다 저을 정도였다. 붙임성은 조금도 없으면서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한 집념은 무서울 정도로 타오르는 모양새가 퍽 마음에 들었다. 머리카락이 뺨이며 목덜미에 귀찮게 달라붙는 것조차 아랑곳않고 펜대를 움직이는 모습이란.

 

 그 손끝은 또 얼마나 세심하고 연약한지. 자기 무기나 제대로 챙겨들까 싶을 만큼 늘어지면서도 책장을 넘기고 찻잔을 드는 손짓이 목울대를 움직이게 할 만큼 관능적이었다.

 

 

 

25.

 학자가 흑마 정말 집요하게 뜯어보고 온종일 생각하는 게 보고 싶다. 흑마가 알 수 없도록 꽁꽁 감춘 속내가 온갖 시커먼 것들이 한데 모인 모양새였음 좋겠다. 탐미적인 학자.

 

 

 

26.

 흑마네 집은 볕이 잘 안 들겠지? 아무래도 책이나 연구실 관리하려면 직사광선을 피해야 할 테니. 아니면 채광 좋은 쪽에 침실 마련해두고 서재나 연구실 실험실 이런 건 지하에 짱박아뒀을지도. 사실 후자가 더 그럴싸하네. 지하실이 곧 연구실이자 실험실. 흑마 외에는 출입할 수 없도록 다중 결계에 보호에 보안에 철저하게 막아둔 곳. 서재에서도 특정 서가는 접근할 수 없도록 해두고.

 

 복잡하게 사는 걸 참 좋아한다니까요, 라고 웃으면서 품에 안은 흑마 토닥여주는 학자 보고 싶다. 흑마 장갑은 피에 젖어있고 그 손에는 열쇠가 들려있는 거. 흑마는 잠에든 건지 기절한 건지 모르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정돈해주며 웃은 학자가 서가에서 책 한권을 뽑아들었으면 좋겠다. 손끝에서 파지직 에테르가 거부반응을 일으켰는데도 아랑곳 않고 펼치고는 커버 바로 뒷면에 흑마 손도장 찍어주는 거지. 피에 젖은 장갑 조심스럽게 벗기고 피범벅인 손 부드럽게 감싸 쥐고 거기에 도장처럼 손 꾹 누르고서는 흑마 안고 떠나는 학자.

 

 그리고 돌아온 암기가 난장판이 된 이 상황을 보는 거지. 잔뜩 어질러진 방, 쏟아진 차, 여기저기 나뒹구는 깨진 잉크병, 엉망으로 흩어진 종이와 바닥에 떨어진 피에 전 장갑. 그거 보는 순간 싸하게 식어서 쥐어드는데 책상 위에 펼쳐진 책 한 권, 거기에 선명한 손자국. 그 아래 검은 잉크로 선명하게 쓰인 글. 눈 돌아가는 암기가 보고 싶고 학자도 다른 의미로 돌아있는 거 보고 싶다. 파국의 흑마른 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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